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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진료수가, 산부인과없는 분만 사각지대 만든다안치석 충북도의사회장(안치석봄여성병원)
안치석 회장

국내 최초 여성전문병원인 서울 제일병원이 분만환자의 급감으로 경영난이 악화되면서 문 닫을 위기에 처했다. 제일병원은 몇 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 최다 분만을 기록할 정도로 유명한 병원이었다. 낮은 분만수가에 분만 건수마저 줄어들면서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저출산 속도가 무서울 정도로 가파르게 내려가고 있다. 통계청의 ‘2017년 출산통계’에 따르면 작년 출생아수는 35만7800명으로 전년대비 11.9%나 줄었다. 합계출산율도 1.05로 역대 최저이다. 충북도 예외는 아니다. 청주시의 경우 작년에 6941명이 태어났는데 2년 전 출생아 8526명보다 1600여명이 줄었다.

요즘 ‘헬조선’에는 ‘칠포세대’가 산다고 한다. 2~30대 청년들이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하고 만남, 집, 꿈과 희망마저 잡을 수 없는 세태를 말한다. 불안정한 일자리, 치솟는 집값, 과도한 교육비가 발목을 잡았다. 얇아진 지갑과 팍팍한 삶 때문에 혼인율도 떨어지고 남녀 모두 어쩔 수 없이 늦게 결혼할 수밖에 없다.

2017년 산모의 평균 출산연령은 32.6세이다. 35세 이상 고령산모가 많이 늘었다. 산모가 나이들 수록 고위험산모 및 모성사망의 증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작년 우리나라 모성사망률은 8.4로 OECD 평균 6.7 보다 높다.

저출산의 여파로 분만이 가능한 의료기관은 현재 520여개로 10년 전에 비해 반으로 줄었다. 충북은 23개 병의원이 분만을 담당하고 있으며, 단양군, 괴산군, 보은군이 분만 취약지역이다.

분만을 포기하는 산부인과 의사가 계속 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산부인과 전문의 3명중 1명은 현재 분만을 하지 않고 있다. 출산을 담당하는 산부인과 의사가 줄어들어 조만간 산모에게 재앙이 될까 두렵다.

분만과 출산은 의사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야간 당직의사, 마취과, 소아과 의사의 백업이 안전한 분만을 위해 필수적이다. 분만실, 신생아실, 병동 간호사가 3교대로 필요하고 식당과 청소 등 보조 인력의 협조가 있어야 한다.

저수가(낮은 진료수가)로 인한 낮은 분만비도 산부인과를 힘들게 한다. 솔직히 말하자. “땅 파서 할 수 없다.”

산부인과는 피를 많이 보는 과이다. 그만큼 위험하다는 말이다. 그러다 보니 무과실 또는 불가항력적 분만사고가 제법 많다. 전후사정을 따져 봐야 하는데 나쁜 결과가 생기면 사회와 정부는 손가락질하고 책임을 묻기만 한다. 산부인과 의사에게 분만장을 떠나라고 한다.

그동안 저출산 극복을 위해 수십조의 예산이 투입되었다. 막대한 돈이 들어갔지만 그 결과는 참담하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된 대책을 다시 짤 수밖에 없다. 일자리, 결혼, 주택, 육아, 교육 등 삶의 양과 질을 보장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이 제시되고 있다. 청년 고용정책부터 일 가정 양립과 경단녀 대책, 근로시간 단축 등 백화점식 지원을 공약하고 있다.

전남 해남군의 합계 출산율은 2.1로 우리나라에서 제일 높다. 파격적인 출산양육비 지원과 출산 친화적인 문화가 한몫 했다고 한다. 프랑스는 저출산 해결을 위해 GDP 4%를 쓰고 있고, 이탈리아의 경우 농지를 30년간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한다.

출산율은 경기상황과 밀접하다. 소득 상위 분만건수가 소득하위 분만건수 보다 1.92배 높다. 경제적으로 여유로워야 결혼도 하고 아기도 낳는다. 보편적 무차별 지원이 좋은지 소득 분위에 따른 선별적 맞춤형 대책이 더 효과적인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아울러 현재 고군분투하고 있는 분만 의사에게도 획기적인 지원과 보호를 생각해 보자. “알아서 살아가라”고 하면 분만포기를 더 이상 돌이키기 어려울 것이다. 분만가능한 병의원을 지역별로 배치하고 기존의 분만 전문 병의원에게도 ‘고위험산모 신생아 통합치료센터’ 같은 시설과 장비, 운영과 인력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한다.

경제가 살고 출산율이 올라가서 산부인과가 함께 잘되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올해 상반기 합계 출산율은 0.97이라고 한다.

충청의약뉴스  news@ccmp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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